춘클릿지

2011.11.15 14:07

조윤성 조회 수: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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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클릿지. 다소 생소해서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 바윗길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씩 되묻게 되어 있다. “춘.클.릿.지. 춘천클라이머들이 개척한 릿지길이야” 이렇게 답해주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이 독특한 바윗길 이름이 유명세를 얻는 데 일조 한 것은 아닐까?

춘클릿지(이하 ‘춘클’)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주말이면 수도권의 클라이머들로 붐비는 인기 있는 바윗길이다. 등반을 하면서 아름다운 의암호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어 등반이 여유롭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삼악산과 붕어섬의 전경 또한 수려하다. 등반 도중 어느 곳에서 사진을 촬영해도 아름다운 배경이 약속되는 포토라인이 즐비하다. 그래서 이름이 독특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로 소문난 춘클은 수도권 클라이머라면 꼭 한번은 가고 싶은 바윗길이다.

춘클과는 인연이 없는가 싶었는데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답답해진 마음을 추스르고자 서울을 벗어나고 싶던 차에 하루 전, 춘클로 가는 일행들과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 잠실에서 승용차편으로 춘클 입구까지는 약 75km로 1시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춘클'입구는 서울에서 춘천 방면으로 의암댐을 지나 약 750미터 지점, 춘천에서는 송암스포츠타운에서 2.6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춘클 첫마디는 도로에서 약 20미터 거리에 있어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어프로치가 짧은 바윗길에 속할 것이다.

춘클릿지 첫마디에는 춘천시에서 마련한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마련되어 있다. 모두 일곱 마디로 이루어진 춘클릿지는 춘천클라이머스가 2008년 3월1일부터 그해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까지 개척한 바윗길이다.

춘클릿지의 난이도를 보자. 첫째 마디는 거리 30미터, 난이도 5.9의 비교적 쉬운 구간이다. 둘째 마디는 거리30미터, 5.10c의 다소 까다로운 구간이다. 셋째 마디는 거리23미터, 5.10a의 구간이다.

춘클릿지의 크럭스이자 하이라이트인 넷째 마디는 두 개의 길로 나뉜다. 20미터 거리에 직벽처럼 서있는 넷째 마디의 왼쪽 오버성 구간은 거리 25미터에 5.11b의 난이도가 나오는 까다로운 구간이다. 오른쪽은 왼쪽 보다 다소 수월한 구간으로 거리 30미터, 5.10b의 난이도가 나오는 구간.

이어지는 다섯째 마디는 거리 30미터, 난이도 5.9의 구간이고 약 40미터를 걸어서 이동하면 여섯째 마디가 나온다. 여섯째 마디도 거리 30미터에 난이도 5.9이며 마지막 일곱째 마디는 거리 30미터에 5.10a의 난이도로 되어 있다.

춘클을 등반할 때는 홀드를 잡을 때 조심성이 필요하다. 안내판에 볼트 양쪽 1미터를 벗어나지 않게 등반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유는 낙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클의 난이도는 실제보다 다소 높게 책정되었다는 것이 등반을 마친 클라이머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평소 암장에서 리드클라이밍(허리에 찬 하네스에 로프를 매고 오르다 루트 곳곳에 설치된 고리에 걸어 안전을 확보하면서 오르는 등반)과 볼더링(높이 5m 내외의 떨어져도 안전한 바위나 인공 암벽에서 하는 등반)을 열심히 연습한 클라이머들에게 춘클은 다소 만만해보일지도 모르지만 크럭스이자 하이라이트인 넷째 마디 좌측 오버행 구간을 돌파하는 오름짓은 생각만큼 그리 쉽지만은 않다. 
주말 오전 10시30분경, 이미 앞팀 두 명의 클라이머들이 등반을 하며 20미터는 넘어 보이는 바위를 타고 있었고 여러 명이 등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분들도 몇 십분을 기다려서 등반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벼운 인사말을 나누다 보니 우리 팀의 일행과 앞팀의 일행이 서로 아는 사이. 장비를 착용하고 앞팀의 등반을 지켜보는 동안 뒤팀이 도착했다. 뒤팀에도 아는 사람이 있어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이렇게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안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마디는 중간 부분에서 좌측으로 또 우측으로도 올라 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원래의 길인 좌측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우측길은 이끼와 잔 덩쿨이 많아 미끄럽다. 바위는 홀드가 무척 좋지만 은근히 미끄럽다. 편마암 계열의 바위인듯 싶다. 미끄러운 것만 조심하면 첫째 마디는 초보자들도 몸을 풀면서 큰 홀드를 잡고 느긋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첫째 마디만 넘어서면 벌써 의암호의 멋진 전경이 펼쳐진다.

둘째 마디는 첫째 마디만큼 만만치는 않다. 마지막 부분 바위턱을 넘으려면 자세를 잘 잡아야 한다. 셋째 마디는 5.10a의 페이스 구간이고 등반을 마치면 짧은 하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는 넷째 마디의 직벽과 만나게 된다.

흔히 셋째 마디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앞팀의 등반을 지켜보고 있는데 마지막 등반자가 초입에서 미끌어지며 추락을 해서 1미터 이상을 미끄러진다. 후등자이기는 하지만 고도가 있어 보는 사람이 더 아찔하다. 게다가 헬멧도 쓰지 않고 있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켜야 하거늘, 1960년대와 70년대에 암벽을 시작할 당시에는 헬멧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치지만 지금이야 가격도 적당하고 품질이 좋은 헬멧이 얼마든지 많은데 안쓰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만용일까?

넷째 마디는 왼쪽길과 오른쪽 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좌측길은 오버행이고 난이도 (5.11b)에 있어 오른쪽 길과는 한 단계 차이가 난다. 등반의 완성보다 하드 프리를 즐기는 클라이머들은 곧바로 넷째 마디에 와서 자유등반 또는 탑 로핑 방식으로 등반을 즐긴다.

우측길은 첫볼트에 줄을 걸고 서면 홀드가 좋다. 약 2/5 지점에 서면 갑자기 홀드가 사라져 당황하게 되는데 왼쪽으로 발을 내딛고 왼손을 뻗으면 듬직한 날개가 잡힌다. 이 바위를 잡고 오르면 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홀드를 잡고 설 수 잇는 완력이 필요하다. 힘을 쓰는 구간이라 남성클라이머가 유리하다.

넷째 마디를 오르고 빌레이를 본 다음 와이어 선에 확보줄을 걸고 우측으로 약 5미터 걸어가니 왼쪽으로 삼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의암호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한가로이 떠있는 붕어섬도 보인다. 이어지는 다섯째 마디는 난이도 5.9의 비교적 수월한 구간이며 여섯째 마디까지는 약 30미터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어렵지 않은 길이지만 바위가 많기 때문에 초급자라면 신중한 이동이 필요하다. 다섯째 마디는 첫 홀드를 굳게 잡은 다음 오른발을 짚고 몸을 완전히 올려붙이고 나면 다음 구간은 수월하다. 키가 큰 사람이 유리한 구간이다.

마지막 일곱째 마디는 5.10a의 난이도라 하지만 막상 붙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구간이다. 다만 이곳까지 등반하느라 힘이 빠진 클라이머들은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기도 한다. 확실한 홀드들을 붙잡고 짧은 직벽을 오르면 이내 시원한 전망이 펼쳐지고 천천히 한발 한발 오르다 보면 이내 정상 데크다. 춘클 정상에서는 하강을 하지 않고 하산을 한다. 선명한 하산길은 도로까지 약 1km남짓, 10분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

하산길에는 역시 춘천클라이머스가 개척한 의암암장이 나온다. 춘클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한번 더 등반을 해보라는 배려일까? 의암암장의 의암바위1에는 난이도 5.9의 소나무를 비롯하여 5.12b의 ‘소망’과 ‘벌집’ 등이 있고 의암바위2에는 꿀벌새 1,2피치(5,10b~c), 발란스(5.11a), 호반(5.10c) 등 모두 21개의 루트가 있다.

가을철 온 산이 낙엽에 물들면 더욱 가고 싶은 바윗길 춘클릿지. 춘클릿지는 “오늘은 설악골 능선을 누비는 릿지등반과, 내일은 높은 산 깊은 골 바위를 찾아서 암벽등반을 하며,
추운겨울 구곡빙벽에서 얼음을 찍으며 빙벽등반을 즐긴다”는 춘천 지역 으뜸 산꾼들의 모임 '춘천클라이머스'의 꿈이 꽃 피운 아름다운 바윗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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